영원한 고향이고, 안식처이자 항상 그리운 존재인 어머니! 그 누가 어떤 말을 해도 항상 내 편인 사람은 어머니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의 어머니들은 자식들 먹일 밥상을 준비한다.
우리 어머니는 식구들이 밥 먹고 있는 동안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드시고 있었을까?
지금 어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어머니들의 부뚜막 밥상을 만나러 간다.
■ 아들이 남기고 간 추자나무
자두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김천 임평리의 꽃길을 따라가다 보면, 넓게 펼쳐진 추자나무 밭을 마주한다. 임평 골짜기에 사는 분들이라고 해야 고작 3가구가 전부. 이중 정옥남씨는 아들이 생전 심어놓은 추자나무 때문에 아흔이 넘도록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무에 새순이 올라와도, 열매를 맺어도 먼저 가버린 아들만 아른거린다.
가까운 이웃에는 옛날 집을 그대로 지키며 살고 있는 배인석씨 부부가 있다. 자식을 열명도 낳았던 그 옛날, 부부는 늦둥이로 낳은 외동아들 하다가 전부.
항상 보고 싶은 아들이지만 정작 키우면서는 시할머니와 시누 때문에 마음대로 번쩍 안아줄 수도 없었다.
예전 집집마다 한 마리 이상씩은 키운 흑돼지는 김천의 소문난 특산물이다. 배인석씨도 아들 결혼식 때는 두 마리나 잡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맛은 어떤지 궁금하다.
■ 어머니의 공간 부뚜막
열일곱, 삼척 산골짜기에 시집오니 이제 갓 돌이 되는 시동생을 포함한 열여섯의 시댁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감히 여자가 젓가락질이냐며 상 위에서는 젓가락을 들 수도 없었다.
늘 밥을 먹는 공간은 식구들과 함께 하는 밥상이 아닌 차가운 부엌 바닥. 자식을 낳아도 시할머니와 시누이 때문에 마음껏 품에 안을 수도 없는 세월을 보냈다. 이제와 이토록 힘들었노라 하는 것을 울며 웃으며 말하는 박봉순어머니.
고추장 한 숟갈도 눈치를 봐가며 먹어야 했던 시절에도 맛깔나는 복덕장과 국죽은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모두 삼척 박봉순어머니의 이야기지만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왔던 모습이기도 하진 않을까?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이어 내려져 온 부뚜막에서 차려진 어머니의 부뚜막 밥상을 만나본다.
■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은 삼척의 김옥랑 어머니를 두고 하는 말 이 아닐까?
시댁 식구들 다 챙기며 여자의 몸으로 낮에는 탄광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삼베를 짜며 억척스럽게 일생을 보냈다. 자식들에게 먹일 음식이 없고, 신겨줄 신발이 부족했던 탓에 한 번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욕하고 화냈던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는 김옥랑 어머니.
국수를 좋아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뙤약볕에 일하고 온 날에도 콩밀국수를 꼭 밥상에 올려드렸다.
그러던 와중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는 상황에서도 통장 대신 딸이 시집갈 때 사위에게 해줄 삼베를 가지고 나왔다.
그렇게 자식들 생각 뿐이었다. 가난해서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자식들이 효자, 효녀로 자라 손자, 손녀 낳아 잘 사는 모습에 고맙기만 하다고 말하는 김옥랑씨.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 노 저어 자식에게 간 모정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대청호 물길이지만, 이 물길 때문에 어린 자식들과 생이별을 했던 김이웅씨 부부.
대청댐이 지어지면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자식들을 뱃길 넘어 육지에 둘 수밖에 없었다.
어린 자녀들끼리인데 연탄불은 위험하지 않을까? 행여 어디 아프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낸 세월들......
방학 때 아들, 딸이 집에 오면 단 것을 좋아하는 자식들과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자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콩개떡의 반쪽에만 설탕을 뿌렸고, 가마솥뚜껑을 뒤집어 만든 호떡은 달작지근하면서 시중에 파는 빵과는 비교도 못할 맛이라는데...... 지금 그 맛을 보러가자.
■ 인생 2막 시작!
남편과 시부모 자식들 뒷바라지로 젊은 시절 다 보낸 어머니들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 되는 옥천 안내면의 행복한 한글학교!
누구누구 엄마에서 이름 석자로 불리는 출석 부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는 어머니들의 말속에서 어머니의 일생은 어디로 갔을까? 란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숙연해 지는데......,
수업이 끝난 후 옛 추억을 간직한 수수떡과 팥잎죽 대신 만들어본 시금치 죽이 함께한 어머니들의 수다 시간! 시어머니에게 호된 시집살이를 당해온 어머니들의 한 풀이부터 자식들 챙기느라 자신은 옷 한 벌 사 입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들에게 쓴 편지까지......어머니들의 솔직 담백한 속내를 엿보자.
5월 7일 (목) 오후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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