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인타운 ‘신오쿠보’
‘신오쿠보’를 아십니까?
2015년 현재 한일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자
'일본 속의 한국'이라 불리는 신오쿠보 거리.
‘코리아 타운’ 혹은 ‘한류 거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한 때 한류 열풍을
타고 호황을 누렸지만 잘나가던 가게들은 폐업했고,
거리 곳곳에는 임대문의를 광고하는 안내들이 눈에 띈다.
이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냉각된 한일관계가 ‘신오쿠보’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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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주쿠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신오쿠보. 코리아 타운, 한류 거리로
불리는 곳이다. 퇴폐 유흥업소가 즐비한 후미진 뒷골목이었던 이 곳은
한류열풍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한류거리의 인기는 2012년 8월을 기점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2년 8월, 이 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상륙하고 그 일본 일왕의
사죄 문제로 인해서 일본인들은 원래 독도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거기에 일왕에 대한 사과 문제가 제일 컸어요.
그 후 일본사회가 반한, 혐한 쪽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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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점포 사장
“잘 될 때는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여기 줄을 세웠어요.
그런데 (발언 이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다 죽어야한다’ 이런
험악한 말을 하면서 데모가 도로를 점령했어요. 그러면서
일본 손님들이 오면 욕을 하고 ‘너희들 왜 한국음식을 먹느냐,
한국이 어떤 나라인데...’ 손님들이 무서워서 가게로 도망가고 그럴 정도로.“
-폐업한 식당 사장
전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을 기점으로
혐한의 움직임이 생겨났다. 특히 일왕에 대한 사과 발언은 일왕을 신성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을 완전히 돌아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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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출범 이후에 아직까지 양자 정상회담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한일간의 냉각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한일 외교 관계가 신오쿠보에서 호떡을 파는 뉴커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이 곳 가게들은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가 미치는 영향이 커요.
일본 국민들이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써요. 쓴다고 하더라고요.“
-A 식당 사장
“우리는 이 지역에 무엇인가 함께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우리들은 여기에 볼모로 잡혀 있는 거예요.”
-B 식당 사장
■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일본 미디어 -한류로 흥하고 한류로 망하다.
월드컵을 계기로 활기를 띄게 된 신오쿠보.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당시 크게 유행했다.
이 때는 신오쿠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일본 지상파 TV를 통해 자주 방송됐다.
미디어는 신오쿠보에 국한됐던 한류를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했고,
이 곳을 모르면 유행에 뒤떨어진다고 할 정도로 핫한 거리로 만들었다.
“최고 붐일 때는 이 동네를 걸어가질 못했어요.
그래서 뭐라고 써 있냐면 걷다가 서지 마시오.
걷다가 갑자기 서지 말라고, 넘어지니까.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는 사람이 지금의 10배? 일일 10배 이상.“
-폐업한 점포 사장
한류를 소개하던 지상파 채널에서는 더 이상 한류에 대한 방송을 보기가 쉽지 않다.
대신 그 자리에 한국의 부정적인 뉴스가 들어왔다. 냉각된 한일 관계는 미디어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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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TV만 틀면 한국 식당들 촬영 다니더니 지금은 한국 식당 하나도
안 나와요. 그건 고의적인 면이죠. 정책적으로 아예 좋은 얘긴 거의 안 나와요.
안 좋은 얘기는 며칠씩 나오고. 지금 그런 상황이에요. “
-폐업한 식당 사장
■ ‘신오쿠보’를 떠나지 못하는 뉴커머들의 고충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 건너와 이 곳을 제 2의 고향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뉴커머들. 악재가 겹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또 있었다. 신오쿠보 거리가 호황을 이루면서 급격하게 몰린 사람들로 인해
뉴커머간의 과열경쟁이 문제가 됐다. 부동산은 폭등했고, 삼겹살 등의 인기 있는
메뉴에만 치중한 나머지 안일한 메뉴개발이 한류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이 동네 한국 업소들이 과포화 되면서
한국 가게들끼리 가격경쟁이 심해졌어요.
그리고 이곳 상점가의 모든 주인들이 안일했죠.
오직 한류에만 매달려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 않았으니까요.”
-폐업한 식당 사장
■ 신오쿠보의 새로운 미래
최근 일본에서는 혐한이나 헤이트스피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혐한을 반대하는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의 책이 출간되고,
헤이트 스피치 시위를 주도하는 재특회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이러한 일본 내의 움직임과 함께 변화를 위한 뉴커머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시작됐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메뉴 개발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그들.
신오쿠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주 <추적60분>에서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일본 속의 한국이라 불리는 도쿄 ‘신오쿠보’.
그 낯선 땅에 정착해 외화를 벌며, 한국 문화를 전파해 온
재일한국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7월 22일 수요일 밤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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