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경복궁 지킴이 문화재119 경복궁관리소 직원의 하루
왕과 왕비, 궁녀와 중신, 호위군까지
삼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는 경복궁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2E6D4055739C0113)
궐 안 빛바랜 문턱에는
그들이 오간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2E543E55739C0D09)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그들이 건네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
육백 년의 대화를 담은 3일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5B394255739C1A25)
■ 서울 도심 속 조선의 숨결
번잡한 도로와 빌딩숲을 지나 광화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대신 기와 담장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곳,
조선 제일의 법궁인 경복궁이다. 1395년에 지어진 이곳은 60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동안
몇 차례 수난을 당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49EA4055739C2603)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뒤 273년간 방치됐고, 고종 대에 이르러 중건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체 건물의 90%가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1990년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경복궁은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의 얼굴, 경복궁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본 사람들의 3일이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1D0B4155739C3413)
■ 고궁에 살어리랏다! 경복궁 지킴이들의 하루
고요했던 수라간에 아줌마 부대가 출동했다. 관람객들이 재미삼아 뚫어놓은 창호지를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문살에 물을 발라 헌 창호지를 떼는 것부터 한지 재단하기,
풀 먹인 종이 바르기 등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친다.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그녀들이
출동하면 뚝딱 말끔한 문으로 변신한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10254355739C4119)
매일 아침 관람객들이 오기 전, 전각 안에 쌓인 먼지를 쓸고 걸레질 하는 것도 경복궁
관리소 직원인 이들의 몫이다. 432,703m2(약 13만 평)에 달하는 궐내를 동분서주하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매일 궁궐에 출근하는 게 즐겁다는 이들. 경복궁 관리소
직원들의 하루를 담았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2A923F55739C510A)
아침에 경복궁에 딱 들어서면 상쾌하고 좋아요.
서울에선 흙 밟을 데가 없잖아요.
여기서는 흙 밟을 수 있으니까 좋고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러 왔었는데
한 해 한 해 지나니깐 문화재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 김유정(67세) / 경복궁 관리소 직원 -
■ 앞으로의 600년을 위하여
오전 8시, 근정전 행각에서 기와를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동료가 행각 지붕에
올라가 헌 기와를 골라내기 시작하자 한편에서는 기와에 바를 홍두깨흙을 빚느라
분주해졌다. 문화재청 산하 직영사업단 소속인 이들은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천연 재료와 방법을 그대로 지키며 궐을 복원하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7CA93D55739C641E)
목공, 와공, 석공 등 각 분야의 장인들로 구성된 이들에겐 ‘문화재 119’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진 풍파를 겪어온 경복궁이 지금의 웅장한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건 모두 이들 덕분이다.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지만 600년 전 조상들의 숨결이 담긴 이 궐이 600년 후에도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장인들. 그들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67614255739C7820)
궁궐을 보수할 때, 기와 한 장이나 돌 하나에도
선배 장인들의 손길을 느낍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처럼
그 분들도 한 땀 한 땀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하지 않았을까.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양동호(62세) / 문화재청 직영사업단 단장 -
■ 손으로 더듬어 그린 경복궁 지도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351D64055739C8B42)
주말이면 고궁에 담긴 역사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 문화 해설가들이
흥례문 앞에 모여든다. 경복궁의 첫 관문을 지나 근정전과 사정전, 강녕전까지 막힘없이
척척 설명하는 안선옥 씨. 그녀는 시각장애 1급이다. 문화 해설가가 되고 싶어
뛰어들었지만, 궐 안의 복잡하게 얽힌 전각과 문의 위치를 외우는 데만 5년이 걸렸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610B53E55739C9D1E)
처음엔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지나가는 직원이나 관광객을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처럼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고궁의 아름다움을 전하고픈 꿈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4AE54455739CB818)
때문이다. 안선옥 씨가 경복궁과 대화하는 방법은 감각으로 만져보고 느끼는 것이다.
전각을 둘러싼 돌담도,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뜰도 손끝으로 더듬으며 그 안에 쌓인
세월과 이야기를 읽는다. 이제는 같은 어려움과 꿈을 가진 이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안선옥 씨. 그녀의 마음속 경복궁 지도는 환하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358DC4455739CD011)
경복궁 지리를 외우기까지 5년 동안 드나들었어요.
여기는 강녕정이구나, 강녕전 앞에는 이런 월대도 있구나.
둘러보면서 만져보고 느끼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궁궐은 죽어있는 곳이 아니라 역사가 면면히 흐르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조상들의 일,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으니까
자꾸 공부하면서 더 뜨거운 마음이 들어요.
- 안선옥(50세)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