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지붕 위에 올라 쌍안경으로 뭔가를 감시하는 남자,
그가 170번째 자연인 심남수(67) 씨다. 자연산 마를 꾸준히 먹고 정력이 살아났다며, 지금도 총각이라 당당히 말하고 말오줌나무와 독활로 뼈도 튼튼해졌다는
그는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한땐 건강에 적신호가 오고, 사는 게 지쳐 인생을 끝장내려고 했다는데… 이젠 바깥세상 일은 잊고 살고 싶다는 그의 지난 시절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학원을 운영하며 한땐 돈이 너무 많아 세기가 귀찮았을 정도로 많이 벌었던 그였다.
그러다 건물을 짓고자 학원을 처분했는데 학원을 사들인 사람이 사기를 쳤다며 소송을 걸어왔고 재판에서 진 뒤, 그는 매일 밤을 술로 보내야만 했다. 모든 재산이 가압류가 걸리고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삶,
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는 다시 일어서야했다. 2심 재판을 준비하고 상대방이 서류를 조작했다는 걸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5년.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냈지만 그러는 동안 그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는 산을 택했다.
모든 게 욕심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고, 이젠 복잡했던 바깥세상 일은 잊고
즐겁게 살고 싶다는 자연인.
3만 원을 들여 직접 지었다는 집엔 전기가 없어 지붕에 만든 구멍 사이로 들어온 빛이 형광등이 되고, 주워온 현수막은 멧돼지를 쫓기 위한 울타리가 된다. 그 뿐이랴. 자전거에 달린 바구니는 텃밭용 바구니, 안전모는 닭 밥그릇 등 그의 집엔 별 거 아닌, 또 버려진 것들은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된다.
그리고 더 매서운 바람이 불기 전 할 게 있다며 돼지감자와 파를 산으로 들고 가고, 또 할 게 있다며 물방울무늬 일 바지로 갈아입는데… 그의 겨울은 쉼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사는 것도 마음까지도 넉넉해진 지금,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흔의 노모. 그와 어머니 사이엔 또 어떤 애틋한 사연이 있을까.
‘내일 죽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죽으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라고 물으며, 자신은 행복하다는 자연인. 산중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 하루하루 사는 재미가 남다르다
<2015.12.9 밤 9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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