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대한민국. 2011년도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율은 48.6%(중위소득의 50% 기준). 2위를 차지한 스위스(24%)3

인 일본(19.4%)에 비해 압도적인 1위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동반 상승한 노인 빈곤율. 그런 빈곤의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현장이 이른바 ‘500원 순례길이다.

 

동전을 나눠주는 교회 5-6곳을 하루 동안 순례한다는 수백 명의 노인들. 그들은 100

세 시대는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거리로 내모는 빈곤의

원인은 과연 무엇인지 [PD수첩]에서 취재했다.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 빈곤 노인의 ‘500원 순례길’>

 

지난 9일 오전 9, 반포에 있는 파랑새공원에는 약 500명의 노인들이 동전을 받기

위해 모였다. 근처 교회 두 곳과 성당 한 곳이 합동으로 500원짜리 동전 세 개를 나눠

준다는 것. 원래 노숙자를 위해 나눠주기 시작했지만 몇 년 전부터 늘어난 노인들 때

문에 이제 노숙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은 성치 않은 몸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 5-6곳의 교회와 성당을 순례하고 있었다.

 

한 달에 5만 원만 준다고 하면 새벽부터 밤 열시까지 아무거나 일 하겠다고.

그런데 시켜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나도 나왔잖아.

- 파랑새공원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

 

동전 순례길에서 만난 75세 신정길(가명) 할아버지. 혼자 사는 신 할아버지가 정부에

서 받는 돈은 기초연금 20만 원, 국민연금 11만 원에 장애연금 4만 원과 참전수당 23

만 원을 합친 총 58만 원. 기초생활수급비보다 8만 원 많은 돈이지만, 신 할아버지는

공과금과 복용하는 약값 등 한 달 생활비 대기가 빠듯하다.

 

그는 조금이나마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500원 동전 받는 일 뿐만 아니라 폐지까지 줍고 있다. 그나마 신 할아버지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500원 순례길에 나서는 많은 노인들은 기초연금 20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다.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조상님을 볼 낯이 없구나.

장례비용은 내 몸속에 있다. 월세는 내가 정리한다.

- 부산 고인의 유서

 

한 달 전, 함께 살던 두 노인이 어떠한 예고도 없이 목숨을 끊었다. 자살하는 순간까

지도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장례비용을 스스로 챙겨 놓은 두 노인. 그들

은 월세 13만 원까지 처리한 뒤 가난하여 미안하다는 마지막 글을 남긴 채 끝내 세상

을 떠났다. 지난 해 10월 서울 장안동에서도 자신의 장례비와 국밥 값을 남긴 독거

노인 한 명이 자살을 선택해 주변인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해가 거듭할수록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자살. OECD2009년에 발표한 자료

에 따르면 65세에서 74세 노인의 자살율이 10만명 당 81명으로 빈곤율에 이어 압도

적인 1위였다.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감소하거나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한국은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은 한국에서의 자살률은 55세부터 급상승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노후를 맞아 먹고살

기가 어려워 자살로 인생을 마친다는 것은 정상적 복지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부실한 노인 복지. 대책은? >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층 노인은 65세 이상 노인 중 30%

정도이지만,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사람은 6.3%에 불과하다. 정부는 그런 노인들에

게 일자리라도 제공하기 위해 한 달에 20만 원을 벌 수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올해

노인 사회활동 지원 사업으로 개칭)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기자만 10만 명이 넘을

만큼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중랑구에 사는 78세의 이삼순 할머니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결국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내가 복이 없어서 저런 사람만치 못하고 다니는 것 누구 원망하면 뭐하나

그러고선 그냥 아이고 파지나 줍자. 포기하고 마는 거야. 누가 나 누워 있으면

1,000원주고 2,000원 주나, 내가 돌아다녀야 줍지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

.

- 이삼순 할머니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이른바 맞춤

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실시한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290만 원에서 464만 원

정도(4인 가구 기준)로 완화시키고 주거급여를 별도로 분리시켜 현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자녀의 지원유무와 상관없

이 자녀의 소득만으로 수급여부를 정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복지 사각지

대에 놓여있게 된다. 개편된 주거급여의 경우, 가장 많이 주는 서울이 최대 17만 원

이다(1인 가구 기준). [PD수첩] 제작진이 취재한 동자동 쪽방의 월세 15만 원보다

불과 2만 원 밖에 많지 않는 돈이다. 아직도 실주거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PD 수첩] 1034회에서는 노인 빈곤의 현실과 노인 복지의 현 주소에 대해 밀착

취재했다.

 

<4.21일 밤 23:15분 방송>

 

by 은용네 TV 2015. 4. 2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