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 힘든 아

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 꼭 아들과 함께 묻어달라.”

 

201311, 집에서 목이 졸린 채 숨져 있는 17살 소년의 시신 옆에 유서 한 장이 발

견되었다. 그것은 숨진 발달장애 아들을 키워 온 아빠가 전하는 마지막 편지.

 

아빠는 아들을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맸다. 생전 아들은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옷을 갈기갈기 찢는 등의 심한 자폐 성향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아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은 오로지 가족의 몫이었다.

 

다니던 특수학교는 쫓기듯 그만 둬야 했고, 보호시설조차 아들을 거부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3월에도 발달장애 형을 돌보

40대 동생이 형을 살해하고 본인은 투신했다. 그보다 한 달 전에는 발달장애 아들

을 돌보던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PD수첩]은 거듭되는 발달장애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 그 이면에 자리한 사연과 아

픔을 조명하고 이를 극복하려 애쓰는 약 70만 발달장애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발달장애,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박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얘 같은 경우에는 어느 집에 떨어질지 모르는 폭탄이

, 아무 집에 떨어지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걸 유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정상이었는데 경기를 하는 바람에 그런 건데···”

- 지적 장애 1급 형기 아빠 INT

 

생후 8개월,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한 시간 울다가 한 시간 쉬고, 또 한 시간 울다가

쉬고를 반복했다. 그냥 배가 아픈가 하고 머뭇댔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는 경기로 인한 뇌손상으로 발달장애 1급의 지적 장애인이 되었다. 올해 만 19살 성인이 되었지만 아이의 지능이나 행동은 여전히 생후 8개월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

 

발달장애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나뉘어 언어나 인지 능력, 사회성 등의 발달

이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경우에 따라 자해나 타인을 해치는 문제행동으로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 보호자의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 발달장애만의 특징. 발달장애 가족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목할 부분은 발달장애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1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구 중 질환 혹은 사고와 같은 후천

적 원인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가 24.7%. 발달장애 가족의 고통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PD수첩]은 후천적 원인으로 발달장애인을 돌보게 된 가족의 이야길 통해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지 모를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해 보고자 한다.

 

범죄취약계층 발달장애인의 현실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문제를 개인 영역으로 치부하는 거예요.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 보고, 불쌍해서 도와주는 수준으로 접근하니까 (···) 공적 시스템을 마련해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팀장 INT

 

발달장애(지적장애) 3급 김순엽 씨의 남편 임채곤 씨는 13년 간 직장생활을 했다던

순엽 씨의 통장 잔액이 고작 150만 원에 불과한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채곤 씨는 순엽 씨의 이모가 결혼 직전까지 아내의 통장을 관리하며 돈을 횡령해 왔다는 혐의로 진실을 다투는 중이다. 제기된 액수만도 약 14천여만 원이다.

 

한때 떠들썩했던 염전노예사건과 마찬가지로, 지적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

게 경제적 착취와 인권유린, 각종 범죄의 위협은 여전하다. 일례로, 한 장애인성폭력

상담소에서는 2001~201110년 간 상담을 받은 장애인의 약 70%가 발달장애인이

라 발표했다.

 

발달장애인을 범죄취약계층으로 보고 맞춤식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올해 11<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PD수첩]

발달장애인의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

할 법적 장치는 무엇인지 취재했다.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고 싶어요

 

경조사 있을 때 있잖아요 집안에. 그럴 땐 애를 맡겨둘 데가 없으니까 정신병원

에 제가 의지를 해요. (···) 워낙 애가 폭력이 있는 애로 다 소문이 났으니까 어느 누

구도 봐주지 않으니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정신병원 폐쇄병동밖에 없어요.”

- 자폐성 장애 1급 현준 엄마 INT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수많은 엄마들이 [PD수첩] 카메라 앞에 섰다. 이들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고 싶다고 입 모아 말했다. 24시간 돌봐 줄 사람 없이는

생활이 힘든 발달장애인의 특징 탓이다.

 

주간보호시설, 단기거주시설, 그룹홈 등 발달장애인 시설이 늘고 있지만, 이들 시설

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전체 발달장애인 수의 약 6% 수준. 특히 폭력 등 문제행동

이 심한 중증 아이들은 기피당하기 일쑤라 부모에게 좌절만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진이 만난 엄마들 중엔 암 투병 중에도 중증인 아이를 시설에 오래 맡기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 엄마도 있었다.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정신병원 폐쇄병동

에 아이를 보내놓고 눈물짓는 엄마도 있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워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

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엄마들. ‘내가 하루 먼저 가더라도 내 아이를 보살펴 줄 사회

를 바라는 이들의 절규가 4.7일 밤 11시 15분에 방영된다.

 

by 은용네 TV 2015. 4. 7.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