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버스에는 버스안내양이 있다!

1960~70년대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버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버스안내양!

80년대에 자취를 감췄던 버스안내양을 태안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태안시외버스터미널에는 3명의 버스안내양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 한사람이 6년차 베테랑 모은숙 씨(45)!

 

다정다감하지만 딱 부러지는 성격으로 오라이 버스의 또순이로 불리는 은숙 씨는, 태안 시내에서 시골 구석구석까지 다니며, 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돕는다. 승객들의 얼굴과 내리는 정류장을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다시 탔을 때에는 잊지 않고 집 앞에 내려드리고, 생필품을 사다달라는 어르신들의 심부름에, 공과금을 내달라는 부탁까지도 들어주는 태안 어르신들의 며느리이자 일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팔불출 남편의 너는 내 운명

하루에 1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며 안내양 일을 하는 모은숙 씨.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남편 송하일(48)씨와 두 아들이 반긴다.

 

발전소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은, 밤낮 없이 힘들게 일을 하고 와서도 아내를 위해 청소부터 빨래, 밥까지 살림을 다 해놓고 기다리는 애처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팔불출로 통하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남편 송하일 씨.

 

곱던 아내를 데려와 면사포도 씌워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키며 살아온 세월이 20. 뇌졸중 아버지의 병수발까지 해준 아내에게 진 마음의 빚이 그만큼 크다.

 

 

버스 안내양의 애환

어르신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항상 일이 즐겁고 보람 있다는 모은숙 씨. 은숙 씨의 도움을 받은 어르신들은 ’, ‘며느리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과자에서 봄나물까지 뭐든 나눠주려고 한다.

 

그러나, 계속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일하다 보니 이리저리 부딪쳐서 몸은 멍투성이에, 승객들의 무거운 짐을 실어주고 내려주는 일을 반복하니, 어깨는 벌써 오십견이 왔다. 그뿐 만이 아니다, 사람을 수없이 대하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마음이 상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닌데.

 

장이 서는 날에는 술에 취한 어르신들의 주정을 받아주어야 하고, 버스에 놓고 내린 가방을 찾아주었다가 도둑으로 몰린 적도 있었다. 빨리 내리려고 운행 중에 움직인 승객 때문에 운전기사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누가 오라이 버스를 지킬까!’

은숙 씨는 버스안내양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버스에 오른다.

<2015. 4. 14일 밤 10>

 

by 은용네 TV 2015. 4. 14.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