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흥이 넘쳤던 술상이 곧 밥상이요,

밥상이 술상이 되는 멋과 맛을 알던 풍류객들이 자리했던 우리의 밥상

예부터 이 전부가 아니었던 음식에 흐르던 풍류

이 시대 살아있는 풍류 밥상을 찾아서 육자배기 가락 따라 남도로 떠나본다.

 

꽃놀이 밥상

삼짇날의 화전놀이는 절기마다 있는 세시풍속 중 우리의 기억에서 가장 먼저 잊히고 사라진 놀이라고 한다. 봄날 꽃을 즐길 줄 알았던 풍류정신을 기억하는 곳이 있다. 여수 영취산 자락에 사는 김종우 박순심 부부는 진달래꽃이 만개할 때 첫 진달래꽃을 따서 두견주를 담근다.

 

 

 

이들이 재연한 여수의 화전놀이 음식에는 앞바다에서 잡힌 갑오징어를 왱병에 발효시킨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미나리갑오징어초무침과 다양한 해물을 꼬치에 끼워 조린 해산물꼬치조림이다. 꽃이 핀 곳을 찾아가 싸온 음식을 나눠먹고 하루를 즐겼던 화전놀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또 있다. 흥취가 무르익을 때쯤 부녀자들이 각자 궁리해 지은 시를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시간이다. 맛에 멋을 더하는 풍류다.

 

그늘진 맛과 그늘진 소리, 남도의 정서를 담다

밥상에 소리 장단이 더해지면 흥이 오른다. 판소리를 완창 하는 것보다 멋이 있게 소리하는 것이 중요했던 소리꾼들의 득음 길. 이들에게 멋은 겉치레가 아닌 인생의 애환이 녹아있는 그늘이 있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김소현 씨는 지리산을 떠돌며 혹독한 산공부 생활을 했다. 된장만 들고 올라갔던 지리산 득음의 산공부 생활에서 대부분의 산나물은 요긴한 먹거리가 되었다. 그는 소리를 멋있게 하려면 맛있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원추리 된장국과 비싼 홍어 대신 먹었던 가오리찜까지 김소현 씨가 맛있게 멋있게 차려내는 풍류 밥상을 찾아가 본다. 그가 정착한 거석마을에는 각자 사연이 담긴 소리를 하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삭힌 된장고추와 고사리조기탕에 녹아있는 사연을 들어본다.

 

평생 차 향기를 좇았던 시간

차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면 향에 취해 마음 설레는 사람이 있다. 오감으로 향과 맛을 오롯이 느끼고 향을 좇는 순천의 신광수 씨는 야생차 밭을 일구며 평생을 지나왔다. 산을 개간하고 차나무를 직접 심었던 그는 밤이슬을 맞으면 차밭에 잠들었던 젊은 날들을 떠올린다.

 

그의 외롭던 길을 자녀들이 따르고 아내는 음식을 만들어 남편을 위로한다. 한 번 우린 찻잎은 떫은맛은 약해지고 향은 남아 여러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린 찻잎을 넣어 끓인 서대조림과 차 씨앗 기름으로 무친 찻잎무침, 찻잎 밥까지 차 향기가 퍼져 가족들에게 전해진다.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말리는 구중구포를 할 때마다 차의 향기가 우리가 느끼는 오감과 닿아야 좋은 향이 된다는 삼매경. 그 풍류 밥상을 찾아가 본다.

 

차마 삼키기 애석하여라

담양의 송영종 씨는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가양주를 만들어오고 있다. 그가 만드는 술은 그 향이 달고 향기로워 입에 머금고 있으면 삼키기가 아깝다는 뜻이 담긴 석탄주다. 석탄주는 찹쌀과 누룩, 물만 넣고 만들었지만 독특한 향이 있다.

 

종손의 아내로 살아온 김금남 씨는 집안 음식인 토란대오리랑 뿐만 아니라 가양주에 어울리는 안주로 소고기전과 방앗잎전을 만들어 매일 찾아오는 손님상을 치르곤 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살자고 고택에 들어온 송영종 씨에게 풍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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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용네 TV 2015. 4. 23.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