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산천 초목에 새순이 올라오듯, 바다의 봄은 갯벌이 깨어나며 시작된다.

지금 부안과 고창사이에 펼쳐진 곰소만의 갯벌에서는 소가 힘찬 써레질을 하고, 게와 조개들이 풍성해 지고 있다.

 

3월이 되면 소금을 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곰소만. 이곳에는 청정한 갯벌 염전에서 만들어 내는 천일염과 우리의 전통소금 자염을 함께 볼 수 있다.

 

자염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염 굽는 막이 있을 정도였지만 일제강점기에 생산량이 적고, 한번 구울 때 많은 소나무가 쓰인다는 이유로 사라져버린 우리 전통 소금이다. 곰소염전의 천일염은 갓 만들어 바로 먹어도 쓰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다는데......

 

예부터 조기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기가 많이 잡혔고, 질 좋은 소금이 나기로 유명했던 곰소만! 소금과 젓갈이 아직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곰소만 갯벌의 봄을 찾아 떠나보자.

 

소가 갯벌을 갈아 엎어 만든, 자염은 맛있다.

한반도의 전통소금은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자염이었다. 그래서 소금은 굽는다라고 말하게 된 것. 일제강점기 생산량이 적다는 이유로, 그 이후에는 소나무를 많이 베어간다는 이유로 우리 전통 소금 자염은 점차 사라져 갔다.

 

고창군의 사등마을에서는 선운사의 검단선사가 1500년 전 도적들에게 자염 굽는 방법을 알려주어 생계를 유지하게 했다는 역사를 지닌 자염을 만들고 있다.

 

갯벌에서 소가 써레질을 하고, 섯구덩이를 만들어 염도 높은 함수를 모아 벌막 안의 솥에 서 24시간을 끓여야 자염이 완성 된다.

 

어린시절부터 사등마을의 벌막에서 일해 온 자염 생산의 배테랑 김대길씨는 자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이지만, 모든 과정에 정성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사등마을 사람들은 자염의 맛을 달다고 표현한다. 끓이는 동안 불순물이 제거되어 소금 특유의 쓴 맛과 떫은 맛이 없어지기 때문일까? 유독 자염이 들어간 음식은 덜 짜고 감칠맛이 살아있다. 쌀뜨물과 자염만으로 만든 소금국마져도 별미라는 자염의 맛을 찾아가 보자.

 

햇빛과 바람, 시간, 그리고 사람의 정성이 만든 귀한 금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 눈길을 끄는 곰소염전은 가장 오래된 염전 중 하나다. 50년 가까이 염전에서 일해 온 염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천일염 염전의 역사 그 자체!

햇빛과 바람, 시간의 힘을 빌리면서 고되게 육체적인 노동을 해야 했던 염전에서 모두가 함께 불렀던 다구야 소리에는 중노동의 힘겨움을 서로에게 기대고 부축이며 이겨내고자 한 염부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아 소금물을 묻혀서 만들어 낸 주먹밥과 냉장 시설이 마땅치 않아 소금독에 묻어 놓은 돼지고기로 만들어 먹은 수육이었지만 노동 뒤에 먹는 음식은 꿀맛이었다.

 

염전은 중노동이자 극한직업이라고 말하는 그들이지만 아직도 그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이유는 좋은 소금을 내고자 하는 하나의 신념 때문이 아닐까?

 

염전에서 꽃 피운 사랑

여자의 몸으로는 힘들고 고된 일이었지만, 어려웠던 집안의 보탬이 되기 위해 17살부터 염전에 나와 일했던 첫 여성염부 이성순씨. 염전에 소금꽃이 피어나듯 지금의 남편과 염전 로맨스를 꽃피웠다.

 

자전거를 타고 염전에 출퇴근을 하던 시절, 남편은 이성순씨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밥상만 차려 달라며 넌지시 청혼을 했던 그것이 36년 동안 염전의 소문난 잉꼬부부로 살아온 두 부부의 시작이었다.

 

꽃나운 나이에 시집왔을 그때나 지금이나 부인 이성순씨는 손끝이 야무져 어떤 음식이고 척척 만들어 낸다. 염전 근처에서 자라는 세발나물, 갈취나물은 소금기를 먹고 자라 짜지 않게 무쳐도 입안 가득 풍미가 느껴진다. 그 맛의 비결은 소금대신 함초가루를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달콤한 로맨스가 남긴 짭짤한 밥상을 들여다보자.

 

청보리 밭의 주인이 된 염부

예전 곰소만에는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안군 진서면의 김을선씨도 그 중 한 명. 가진 것이 없던 젊은 시절, 염전에서 일하며 월급으로 받은 이른바 짠돈을 모았고, 첫 월급으로 경운기 한 대를 구입해 지금은 드넓은 청보리 밭의 농부가 되었다.

 

김을선씨 소금독안에는 소금 말고 특별한 것이 담겨 있다. 바로 염부였던 시절 배웠다는 돼지고기 저장법! 돼지고기를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그 맛은 더 쫄깃하다.

 

칠게와 농게, 쏙이 한창인 곰소만에서는 절구에 찧고 갈아서 양념에 버무려 게장을 담근다. 게장과 쏙장을 보리밥 위에 쓱싹 비벼 한 수저 크게 베어 무는 것은 이곳 사람들이 아니고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진미다.

 

by 은용네 TV 2015. 4. 9. 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