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배우의 숙명인가?!

 

20156, 생활고를 겪고 있던 두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2012, 작가 최고은의

죽음으로 일명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되었지만 매년 생활고

로 죽는 예술인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두 배우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예술인 복지금, 즉 창작 지원금은 집행조차 되지 않았다. 죽음 이후에야 대중에게 알려진 그들의 이름 석 자. 더 이상 그 죽음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반복된 비극, 두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

 

지난 621, 연극배우 김운하 씨가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

. 10년 넘게 연극무대에 섰던 그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말하던

열정 가득한 배우였다.

 

공연 올리기 전에 제가 놀랐어요. 그 때 그 친구한테 처음 표현했는데 (너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 처음 봤다하면서 장난쳤는데.. 그 누구보다 연기적 측면에선

발전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개념이나...”

- 김운하 씨 연극 극단 동료 김태욱(가명)

 

그의 유품은 옷가지 몇 벌과 지병으로 인해 복용하던 약 몇 알이 전부. 김운하 씨

의 지인들은 그가 생전에 생활비를 벌기위해 복싱 스파링 파트너, 원양어선 선원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운하 씨는 노숙인 쉼터생활까지 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622김운하 씨의 죽음이 알려진 다음 날, 또 한명의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판영진 씨로 첫 주연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재능있는 배우였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에 따르면 그의 집 앞에는 여러장의 체납 고지서가 쌓여있었다고 한다. 누구보다 열정 가득하고 가능성 있었던 두 배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명배우로 산다는 것

 

회 당 몇천 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브라운관의 스타들.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소속된 약 4천 명의 연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연소득이 1,020만 원 미만인 연기자가 무려 70%에 달했

.

 

작년에 방송 일로 번 돈이 30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평균적으로 30만 원도 안

되는 돈이죠, 그걸로 도저히 살 수가 없죠. 아르바이트야 뭐 많이 했죠. 서빙도 해보

고 노가다도 다녀 보고 길거리에서 노점상도 해보고 안 해본 게 없어요.”

- 방송 연기 경력 20년 차 배우 신영민(가명)

배우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현실로 내몰렸

. 이처럼 연예계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진 원인은 부실한 외주제작사의

난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과정에서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회 당 제작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의 출연료가 올라갈수록 조·단역 배우들의 출연료는 더욱 더 보장받기 힘들어진 것.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더 큰 문제는 그 적은 출연료조차 받지 못하는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57월까지 집계된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액수는 총 262천만 원. 분명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아야 할 돈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작품의 배역이 단역이라고 해서 현실에서마저 단역이여야 하는 것인가?

 

연극인들의 절규 - 우리 계속 연극하게 해주세요

 

여러 분야의 문화예술인 중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50.5%로 연극인

들이 가장 높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100만 원 안에 연극 활동 외 아르바이트 수입

도 포함되었다는 것. 하지만 연극인들은 그 마저도 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문화지구 형성 후 치솟는 임대료와 대관료 때문. 극단 관계자

들은 오른 임대료와 대관료를 감당하기 위해 배우들의 출연료 지급이 뒤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극계 현실이라고 했다. ‘김동수컴퍼니극단의 대표이자 유명했

던 연극배우 김동수 씨도 배우들의 출연료를 챙겨주고, 극장의 폐관을 막기 위해 빚

을 지면서 결국 파산까지 하게 됐다.

 

월세를 부담하는 게 제일 힘들었고, 계속 그러다 보니까 제 2금융권 융자(이자)

를 못 내고 () 대출하고 이러다보니까 그게 누적이 돼가지고 결국 감당할 수 없게

된 거죠

- 연극 원로 배우 김동수

 

대학로에는 현재 700개가 넘는 극단들이 있지만, 그들 중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극단

들은 극소수. 어쩌다 한 번 무대를 올리게 되더라도 극단의 배우들은 생계를 유지하

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보험제도(앙떼르미땅)이 마련되어 있었다. 10개월 반 동안 507시간 이상의 예술활동을 충족시키면 최대 8개월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PD수첩 제작진이 만난 프랑스 연극 극단 시곤의 감독은 자동차산업의 수익보다 공연예술 산업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해 내기 때문에 예술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D수첩]은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연극인들과 방송계에 만연한 임금 체불 및 출연

료 미지급 실태를 들여다보고 예술인 복지 현황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7. 14일 밤 11:15분 방송>

by 은용네 TV 2015. 7. 14.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