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남원의 산골 마을, 특별한 모자
전북 남원의 조용한 시골 마을, 이른 아침부터 바쁜 기계 소리가 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용일 씨(61)가 운영하는 목공소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도안을 그리고 운동까지 다녀오고 나서 꼭 목공일 시작한다는 용일 씨. 그런 아들을 꼭 따라다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올해 98세인 최병희(98) 어머니이다. 10년 전, 아무 기술도 없이 목공소 일을 시작하며 많은 고생을 했던 용일 씨. 목공소가 자리를 잡아 가고 난 후 용일 씨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점점 기억이 없어지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한지 벌써 2년. 다리가 좀 불편한 것 빼고는 치매 증상도 좋아진 데다 시력까지 여전히 아들 옷 꿰매 주는 일까지 도맡아 할 정도라고~~~ 어머니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에~ 매일 꽃도 선물해 다 드리고 웃게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하는 아들 용일 씨! 주변 동네에서 용일 씨는 세상 둘도 없는 효자로 어머니는 아들 없이는 살 수 없는 껌딱지 엄마로 소문이 자자하다.
#아들 껌딱지 98세 어머니!
세상에 어떤 어머니가 아들을 싫어하겠냐만~ 아들 사랑이 너무나 과한 최병희 할머니. 그야말로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아들 곁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니 덕분에 아들 용일 씨는 일하는 건 물론이요, 친구들 한번 만나러 갈 때 배달 다닐 때조차 어머니와 늘 함께이다. 아들이 잠시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큰일이 난 것처럼 동네방네 찾아다니시니 말이다. 안 그래도 다리도 시원치 않아 걱정했던 용일 씨~ 결국 어머니가 앉아서도 아들의 모습을
다 볼 수 있게~ 마당에 전용의자까지 놔 드렸다고. 그 이후로는 마당 전용의자에 앉아서 아들을 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날도 더운데 자꾸만 밖으로 나와 계시는 어머니가 어찌 걱정 되지 않을까~ 가끔 좀 안에 계셨으면 하는 마음에 말을 한번 건넸다가~ 늘 불호령을 맞고는 한다. 한번 고집을 부리면 아무도 못 꺾는 어머니의 고집 때문인데~~ 때문에 일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용일 씨. 늘 바쁜 일을 어머니가 주무시고 난 후에야 처리 하다 보니~ 피곤할 때가 더 많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착한 아들이다.
#고집쟁이 엄마와 더 고집스러운 아들
용일 씨와 어머니가 함께 산 지 2년.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큰 소리 날 일 없는 모자지만 딱 하나! 어머니의 고집이 시작 될때면 모자의 전쟁이 시작된다.
잠깐이라도 홀로 집을 지키게 되면 벌어지는 어머니의 투쟁 때문이다. 좋아하시던 산딸기도 거부하시는 어머니. 또, 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어린 병아리에게 화풀이한 것도 모자라 급기야 청란(파란 계란)이 들어 있는 부화기 전원을 꺼버리신다.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 어머니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용일 씨. 괜히 죄송한 마음에 억지로 산딸기를 어머니 입에 넣어 드리지만 마당에 퉤 하고 뱉어 버리신다. 이럴 때면 꺼내 드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사탕! 사실 사탕을 자주 드시면 입맛이 없다 하셔서 잘 드리지 않는데~ 이럴 때면 어쩔 수가 없다!
#어머니, 아들을 떠나다.
98세 어머니가 요즘 걱정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혼자 사는 아들이다. 다른 자식들은 다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데 홀아비로 늙어만 가는 아들이 안타까운 어머니.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기만 한 아들을 볼 때면 속이 터지는데 결국 직접 며느리를 찾기로 나섰다.
자주 보는 이웃 아주머니부터 처음 본 식당 아주머니까지 보는 사람마다 계속 같이 살자고 말을 하시는 어머니. 그럴 때마다 용일 씨는 아주 진땀을 빼고 만다. 도대체 언제 봤다가 다짜고짜 결혼을 말씀하시는지~~~ 참다못한 용일 씨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하는데..
용일 씨의 말에 서운한 어머니는 그날부터 단식을 선언하고 말 한마디를 안 하신다. 어머니에게 장난도 쳐보고 말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 결국, 어머니는 본인 때문에 아들이 결혼을 못 한다는 생각에 집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시게 되는데~
<2015.7.7일 밤9시50분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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