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진강의 귀한 손님, 황복이 돌아왔다
연분홍빛 복숭아 꽃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임진강으로 돌아온다는 귀한 손님, 복 중의 복 황복!
임진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던 황복이
산란을 위해 다시 고향을 찾아오는 이 때,
일 년 중 단 50여일, 황복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때다.
■ 임진강 올해 첫 황복 잡은 날!
황복은 바다에서 잡히는 일반 복들과 달리, 강에서 잡히는 유일한 민물복어다. 일 년 중 이맘때,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50여일, 바다에 살던 황복이 산란을 위해 임진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유일한 때다.
어부경력 45년인 최영선 이장의 그물에 올해 첫 황복이 잡혔다. 1년을 기다려 만난 귀한손님이다. 그 해 처음 잡히는 황복은 풍어를 기원하며 다함께 나눠 먹는 풍습이 있다는데.. 살이 단단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황복회부터 황복뼈로 육수를 낸 황복맑은탕과 황복찜까지,
임진강 어민들이 차린 귀한 황복 한 상을 만나본다.
■ 그리운 아버지, 그리운 황복의 맛
임진강 어부 황진재 씨의 고향은 개성이다. 두 살 무렵 전쟁이 일어나며 다섯 식구가 피난을 왔고, 파주에 정착하기까지 눈물겹게 가난했던 시절을 보냈다.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이일 저일 마다않던 아버지는 임진강의 어부가 되었지만, 강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아버지가 드시던 음식만이 추억으로 남았다. 항상 된장에 황복을 끓여 드셨던 아버지. 그래서 황진재 씨는 지금도 황복을 먹을 때면 아버지를 떠올린다.
황복 살을 막걸리에 담갔다가 숭덩숭덩 썰어 먹던 황복막걸리회, 시큼하게 무쳐낸
황복껍질무침, 구수한 맛의 황복된장찌개로 지나온 날의 아픔과 그리움을 달래본다.
■ 배고픔을 잊게 해준 고마운 강, 임진강.
스물한 살 시집와 60년 가까이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이옥순 할머니, 두부를 만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마을잔치가 벌어진다. 거창하진 않아도 나눠먹는 두부 한 입에 정이 쌓인다.
이 지역 마을잔치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은 바로 털레기다. 털레기는 미꾸라지나 민물고기에 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끓인 매운탕으로, 가난했던 시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 먹었던 파주전통음식이다.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를 고아 만든 육수에 장단콩으로 만든 된장을 넣고 수제비를 넣어
끓인 털레기 한 그릇에 마을 할머니들의 추억 이야기가 쏟아진다.
<2015. 5. 14일 밤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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