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면
밭에는 토란을 수확하는 일손들로 분주하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땅 속의 영양을 오롯이 품은 토란!
그 토란에 담겨진 남도 사람들의 정겹고 그리운 고향의 맛을 찾아
알토란같은 밥상을 만나본다.

 

옛 방식 그대로~ 가목마을 사람들의 닭 토란국

 

산골에 위치한 곡성군 죽곡면 가목마을 사람들은 토란 수확 철이면 온 몸에 뒤집어쓴

흙먼지를 털러 너나 할 것 없이 옛날 빨래터로 향한다. ! ! 빨래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사랑방 부럽지 않은 아낙들의 이야기꽃도 피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시집살이 시키는 시어머니며 속 썩이는 남편 흉을 보기위해 일부러 빨래터를 나오기도 했었다고. 집집마다 토란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가목마을 사람들은 토란껍질도 빨래터 도랑에 비비면 더 잘 벗겨진단다,

 

아직도 부뚜막에 물그릇을 떠놓고 조왕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마을 사람들!

너무 오지라 고기 먹기 힘들었던 마을 사람들에게 토란은 고기 대신이기도 했고 귀한 손님이 오면 닭을 잡아 함께 넣어 끓이는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첫 수확한 벼를 조상에게 대접하는 올벼신미를 지낼 때도 닭과 토란을 푹 끓여낸 닭토란국을 항상 올린다. 여기에 능이버섯만 넣으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해진다.

 

토란으로 차려드린 시아버지의 술국

 

올 가을도 토란수확으로 바쁘다. 수확한 토란은 바로 토굴저장고로 보관되는데, 땅속 지열을 통해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덕에 봄까지 토란을 먹을 수 있다고. 진도에서 시집 온

이명자씨는 곡성으로 시집을 오면서 처음 토란을 먹게 됐다.

 

보통 소고기로 토란국을 끓이는데 반해 이명자씨는 돼지고기를 이용해 토란을 넣고 찌개를 끓인다. 술을 좋아하셨던 시아버지 덕에 날마다 술국을 끓이다보니 탄생하게 된 음식이다. 토란껍질을 잘 못 벗기는 며느리를 위해 도맡아서 토란손질을 해주시던 시아버지가 생각나, 제사상에는 빠지지 않고 토란돼지찌개를 꼭 올린다는 명자씨. 여기에 보양식하면 빠지지 않는 토란대를 넣고 끓인 토란대장어탕과 천식이나 기침을 할 때면 약 대신 먹었다는 토란식혜는 별미 중의 별미!

 

해발 700미터 산비탈, 녹차와 토란의 만남

 

4대째 차밭을 일궈 온 황승연, 최기순 부부. 지금은 아들이 그 대를 잇고 있지만,

지금처럼 모노레일도 없던 시절에는 지게를 지고 해발 700m에 있는 차밭까지 오르내렸다.

그렇게 평생을 일궈 온 차밭처럼 해마다 빠지지 않고 심어온 것이 토란이다. 어릴 적 지게로 토란대를 지고 내려가자고 하면 힘들어 하기 싫었다는 아들 황인수씨. 그때를 생각하면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안타까워 매년 토란 좀 그만 심자고 말씀드리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대를 이어 녹차 농사를 지어온 집답게, 토란 음식에도 녹차향이 가득한데. 녹차 즙을 넣어 반죽한 수제비에 토란대를 넣은 녹차수제비는 새참음식으로 그만이란다. 정월대보름 때면 볶은 토란잎에 오곡밥을 얹어 주머니처럼 싸먹었던 토란잎 나락섬과 토란, 토란대를 넣은 참게 들깨탕은 못 먹던 시절 배를 채워준 고마운 음식이라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하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찾게 되는, 토란 ? 대만 며느리

 

한국으로 시집온 지 20년 차인 대만며느리 나정여씨.

그녀는 토란을 볼 때면 가장 먼저 고향생각이 난다.

토란빙수, 토란과자, 토란케이크, 토란음료수 등 우리나라의 고구마처럼 대만에서도

토란은 다양하게 음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설날 같은 큰 명절이면 꼭 먹는다는 불도장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토란이다. 나정여씨도 가끔씩 고향이 그리울 때면 대만에서 먹어온 방식대로 음식을 해 먹는데, 토란과 팥을 앙금으로 만들어 속을 채운 토란찐빵, 고구마전분을 넣고 만든

토란떡은 따뜻한 생강차나 팥죽에 넣어 먹으면 겨울철 별미가 된다.

 

거기에 채 썬 토란에 파와 새우를 볶아 쌀가루 반죽과 섞어 만들어낸 토란전은 가족들에게

자주 해주는 음식 중 하나! 고향의 그리움이 담겨진 대만식 토란밥상을 만나본다.

 

 

<2015.10.8일 밤 730>

by 은용네 TV 2015. 10. 8.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