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자리, 간접고용

 

그 날, 철거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잠을 한 숨도 못 자요. 밥은 일체 손도 못 대고
누가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이 아파요
전신에 허물이 벗겨지고 뭔 지렁이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아요.
너무 쑤셔서 다리를 잘라내고 싶더라니까..“
-일용직 근로자 유성기 씨


IMF이후 생활이 어려워지자 철거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유성기 씨.
올 해 3, 광주의 한 전구공장에서 보름 동안 철거 일을 하면 일당 25만 원,
목돈 375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들뜬 마음으로 광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몸에 이상이 생겼다. 감기약을 먹으며 버텼지만
결국 일을 시작한지 8일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상한 구조

산재처리 해달라고 해도 6개월 가까이를 끌었지.
이 사람들 이렇게 아픈데 치료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만 몇백이라도 해주면 안 되겠냐, 하는데도 끝까지 나몰라라 하더라고요.“
-용역업체 대표 서성덕 씨


그들이 맡은 업무는 대형 생산설비를 잘라 공장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설비 안에 형광등 제조에 쓰이던 수은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모두 간접고용 근로자. 원청을 포함한 총 5단계의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웠다.


아픈 몸 이끌고 나가서 그 하루 일당을 받았는데 눈물 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내가 안들어가니까 나몰라라 하고 넘어갔다는 게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돼지 개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일용직 근로자 박칠복 씨

이들은 4개월만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아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산업안전을
책임져야 할 고용노동부는 최근까지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철거현장에서 일한지
7개월만에 건강도 잃고 빚더미에 오른 노동자들. 한순간에 삶이 무너져버렸다.
이들의 피해에 대해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대한민국에서 간접고용자로 살아간다는 것

박유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15년이 넘게 부산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일했다.
입점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일용 노동자였던 유정씨는 실적이 좋아야만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불안한 생활, 명절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유정씨.
그러던 지난 9, 유정씨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망하고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상황이면 자신들이 아르바이트나
용역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할 자격이 있는가, 싶은거죠. 서비스 교육을 통해
고객들에게 잘해줘서 매출 상승시켰으면 거기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건데
받아갈 것만 받아가고 사건이 터지면 나몰라라 하는 거고.“
-박유정씨 동료 이상훈(가명)

제작진은 유정씨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동료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백화점 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간접고용자들이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정씨 역시 백화점과 근로계약서 한 장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 측은 간접고용된 근로자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정씨는 누구의 일을 해 왔던 걸까?


이번 주 추적60분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현장,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부터 공공부문까지 확대되는
간접고용의 현실에 대해 추적한다

 

<2015.11.18일 밤 1110>

 

by 은용네 TV 2015. 11. 18.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