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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낡은 개 모형이 떡하니 놓여 있고, 마당 한 가운데 세워져 있는 헌 장롱.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지붕, 허물어진 벽, 어쩐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집. 한눈에 봐도 폐가이고 어쩐지 사람이 살지 않을 것만 그곳에 조국흠(66) 씨가 5년 째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폐가 한쪽을 수리해서 살고 있으나, 처음엔 마당에 풀이 무성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에서 어찌 살아가야 할까 싶어 서글펐다는데… 왜 그는 인적 드문 산속에서, 그것도 폐가를 찾았던 걸까.
그는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악착같이 살았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를 따라 밀짚모자와 풀빵 장사를 시작. 20년 가까이 가족들을 뒷바라지하다 서른둘에 아내를 만나 결혼, 나름대로 사업도 잘 풀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내와의 불화로 결국 헤어지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니 가세도 기울었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데… 모든 게 원망스러워 3년 간 방황을 하다 아이들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는 자연인.
자신의 아버지가 술과 낚시를 좋아해 자식들을 힘들게 했기에 아이들에게는 무책임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막노동부터 벽돌동장, 지하철 공사, 고물상 일을 하며 고단한 인생을 살다 목숨을 잃을 위기가 닥치자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어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 마음먹고 산을 찾게 된다.
“사는 건 비참해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는 모양새는 폼 나지 않지만 마음만은 부자라는 자연인. 산중생활을 100% 아니, 120% 만족한다는데… ‘예삐’와 ‘망치’, 염소 20마리가 있어 적적함을 달래고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그의 밥상은 늘 풍족하다.
싸리버섯과 더덕, 잔대로 만든 약초 잡채부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팥죽, 50년 된 도라지로 담근 도라지 술까지. 또 건강을 생각해 아침마다 하는 게 있다. 옥수수 속대를 끓여 무언가를 하고, 칡꽃을 따고, 라디오를 들고 그가 염소 방목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보면 아프고 힘든 기억뿐이지만 후회하지 않으며, 느지막이 찾아온 삶의 여유를 만끽하며 사는 그의 이야기는 오는 9월 16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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