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깊은 산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정체불명의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긴 그곳에서 발견한 집 한 채. 주인도 없는 집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윤택의 눈에 들어온 그것은? 다름 아닌 벌거벗은 마네킹! 거기다 집안 곳곳에 걸린 마늘과 약초까지...
수상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당황스러움도 잠시, 저 멀리서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긴 낚싯대를 들고 오는 한 남자, 그가 바로 172번째 자연인 전병태(65세) 씨다. 깊은 산골에서 라디오는 유일한 친구요, 마네킹은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식구라는데. 흥도 많고 정도 많은 이 남자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우뚝 솟아 있는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 사이에 자리 잡은 운치 있는 그의 보금자리. 직접 만든 정자와 쉼터, 다른 세계로 이어져 있을 것 같은 지하 토굴 등 손재주도 남다르기만 하다. 얼기설기 주워온 자재들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3층 집은 창문도 대문도 제각각에 자로 잰 듯 반듯하지도, 일정한 규칙도 없지만 3층은 새들에게 무상 임대 해줬다는 그의 마음 씀씀이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첫 만남부터 제작진의 끼니를 걱정하고 눈에 보이는 것마다 보약이라며 건네주는 인심 좋은 보약 할배, 전병태씨! 산에서 얻은 수많은 보약 중 그가 진짜 아끼는 보약은 따로 있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마늘? 생마늘에 구운 마늘, 마늘 장아찌까지! 삼시 세끼 밥상에서 마늘을 빠뜨리지 않는 그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까?
젊은 시절, 서울에서 요리사로 꽤나 잘나갔던 자연인, 하지만 가족과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며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유혹에 빠져 사채에까지 손을 댔던 자연인... 결국 그 일로 가정까지 망가지고 밥 한술 뜰 수 없을 정도로 건강까지 악화됐다는데~ 절망 끝에 선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자연이었다.
자연의 품에 안긴 후 몸에 좋다는 책을 찾아보며 공부를 시작한 자연인. 그렇게 선택한 건강보약이 바로 마늘이었는데~ 올해로 산중생활 10년. 어느덧 잃었던 건강도 되찾고 잊고 살던 웃음도 되찾았다고!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살며 그가 느낀 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건강을 위해 매일 마늘을 먹고 심장에 좋은 체조와 지압을 한다는데~ 마당에서 개똥쑥을 우려낸 물에 족욕을 하며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경관을 보는 것도 그만이 누리는 작은 행복이란다.
자연 속에서 살며 욕심을 버리니 매일 젊어지고 있다는 자연인 전병태씨! 매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청춘이라는 그의 산골 찬가는 계속된다.
<12월 23일 수요일 밤 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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