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143-자연인 안길형 씨

 

자연인을 만나기 위해 늘 산으로 향했던 승윤. 이번엔 어쩐 일인지 강가에 섰는데... 섬은 아니지만 땅길은 없다는 흥미로운 곳, 그 곳에 살고 있을 자연인을 찾아 가는 길이다. 산과 강과 승윤이 탄 배밖에 보이지 않는 물길을 가른 지 30여분 됐을까? 작은 지붕을 덮은 배 위에서 유유히 낚시를 하는 남자가 눈에 띄는데... 바로 143번째 자연인 안길형(71)씨다.

자연인을 만난 곳에서부터 다시 30여분 산길을 걸어 산중턱에 다다라야만 만날 수 있는 그의 보금자리. 자연인의 집은 대여섯 가구의 화전민들이 살다가 고립된 지형 때문에 살기 힘들어 떠난 곳이다. 때문에 이런 곳에서 얼마나 살 수 있겠냐는 주위의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친구들이 내가 3개월 버티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18년째야, 아마 운명 같아. 이제 나가서는 절대 못 살지

특히 요즘같이 산과 강에 먹거리가 넘쳐나는 때는 낙원에서의 하루가 더 바쁘다는데... 10마리의 개들과 함께 산 정상에 올라 해돋이를 본 뒤, 지천에 나오는 산나물들을 뜯고, 쏘가리가 제철인 강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단다. 누구 하나 말할 사람 없이도 외로울 것 없다는 행복한 산중 생활, 그가 처음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는 뭘까?

전기 기술자로 잔뼈가 굵은 자연인은 꼼꼼하고 화통한 성격 덕에 현장 반장 일을 도맡아 하다 해외 근무 현장까지 한 달이 멀다하고 나가게 되었다. 해외 근무는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처음엔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복이 화가 되기도 하는 법.

 

7남매 중 장남이었던 그가 짊어져야할 짐은 고스란히 아내가 감당해야했고, 아내는 남편도 없이 홀로 맏며느리 노릇을 하며 지쳐갔던 것이다. 해외에서 올 때마다 고부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는 듯 했고, 급기야 형제지간의 우애마저 깊은 금이 가고 말았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장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 그렇게 수년간 이어진 갈등 앞에 그는 결국 아내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맘 둘 데 없이 떠돌다가 여기서 우연히 낚시를 하게 됐지...

그런데 이곳을 본 순간 정말 거짓말같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가끔은 너무 성급했었던 건 아닌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기도 한다는 자연인. 하지만 지금 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이곳이 자신에겐 운명이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단다. 이제는 그저 오래도록 이곳에서 꿈을 캐고 세월을 낚고 싶을 뿐이라는 자연인.

 

그가 낚은 운명 같은 행복 이야기는 63일 수요일 밤 950<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방송된다.

 

by 은용네 TV 2015. 6. 3.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