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대구에서 남편과 작은 칼국수 집을 운영하던 김미경 씨(59).
장모 김복순 할머니(84)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다정하고 살가운 사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간경화 진단을 받은 병철 씨는
건강을 위해 공기 좋은 경북 김천의 산골에 집을 지었고
하지만 병철 씨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에는 간암 판정까지 받게 되었다.
다행히 수술을 받은 후에는 병철 씨의 건강이 호전되어갔고
그렇게 퇴원 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바로 어제까지 만해도 멀쩡하던 병철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 후 미경 씨는 복순 할머니만 홀로 남은 김천 집으로 들어와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시골 생활을 해본 적 없는 미경 씨는
여자 혼자 몸으로 손가는 곳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은 산골 생활을 하느라
발 없는 동물이라면 이야기만 들어도 기겁을 할 정도인데...
집안으로 들어온 손바닥 만한 지네를 발견하고 온 집이 발칵 뒤집어진다...!
남편을 떠나보낸 충격과 슬픔에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가던 미경 씨.
그런데 복순 할머니도 아끼던 사위를 먼저 보낸 충격 때문인지
당시에는 드물게 교육 수준이 높은 여자였던 복순 할머니.
결혼 후에는 교직에서 물러났지만 자식들을 누구보다 반듯하게 키워내고
초등학교 교장까지 하며 가끔은 고지식하고 엄했던 남편에게서
미경 씨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하루에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도 혹시나 무슨 사고를 칠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복순 할머니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화를 내다가도 엄마의 귀여운 장난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만다.
어느 날, 한국무용을 하는 미경 씨의 딸 민정 씨(25)의 공연을 보러
친구들을 만날 때에 항상 복순 할머니를 모시고 다닌다.
집에만 있는 것 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도 하는 것이
이런 노력 덕분인지 복순 할머니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치매를 앓고 계신지도 모를 정도로 고운 자태를 유지중이다.
요즘 미경 씨는 복순 할머니를 모시고 또 다른 일을 시작했다.
바로 복순 할머니의 기억이 머물러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엄마와의 시간동안
어느 날, 예전 아버지가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간 복순 할머니와 미경 씨.
그 광경을 본 복순 할머니...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마는데!
큰소리도 오가지만 그보다는 서로 때문에 웃는 날이 더 많은 모녀.
이 가을이 지나기 전... 행복한 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고 싶은
탁구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예전 살던 동네를 찾아 간 미경 씨와 복순 할머니.
지금은 많이 변해 길을 찾느라 조금은 헤맸지만 결국엔 복순 할머니
젊었던 시절 처음으로 마련했던 집을 찾아 예전 추억을 되새겨본다.
미경 씨가 어렸을 적 손재주가 좋아 자식들 모자며 옷을 직접
미경 씨는 그 마음을 복순 할머니에게 되돌려주고 싶어 복순 할머니를
며칠 뒤, 부산에 살고 있는 복순 할머니의 막내동생과 아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모녀.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의 근황도 묻고 옛날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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