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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꾼이다] 48시간 정성 가득~ 전통 조청부부의 달달한 인생
경상북도 울진군의 왕피천. 물 맑고 인적이 드문 이 산골엔 365일 달달한 냄새가
끊이질 않는다. 바로 이원복(59세) 씨와 그녀의 남편이 함께 만드는 전통 재래식
조청 때문이다. 설탕이나 꿀이 귀하던 시절, 음식의 단맛을 내는데 쓰였던 조청.
하지만 원복 씨가 처음부터 조청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본래 20여 년 간 불화를 그려왔던 그녀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왕피천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불화 그리는데 쓰이는 붓과 물감의 비용이 많은 부담이 되었다. 이때 생각난 것이 강원도 정선에서 어머니와 마을 주민들이 재래식으로 만들던 조청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불화 그리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청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맛 그대로를 살려낸 그녀의 조청.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불화 그리는 솜씨보다 조청 만드는 솜씨가 날이 갈수록 더 좋아졌고, 그러다보니 조청을 만든 지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어머니로부터 원복 씨까지, 조청을 만드는 일은
그녀에겐 운명이었던 것이다.
원복 씨는 조청을 만드는데 있어서만큼은 전통 재래식 방법을 고집한다. 새벽 4시, 전날에 물에 불린 수수를 찜통에 찐 다음 도라지와 무 등을 6시간 정도 끓여낸다. 이렇게 우린 물에 수수와 엿기름을 넣어 12시간 이상을 삭힌 뒤, 다음 날 가마솥에 넣어 8시간을 졸이면 달콤한 조청이 완성된다.
꼬박이틀 동안 가마솥 앞에서 참나무 장작을 떼며 수고스럽게 만드는 조청은, 천천히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에 느리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철칙.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조청 재료를 삶고 졸이는 동안 부부는 장구와 민요 한 자락으로 피곤함
을 날려 보낸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애지중지 길러낸 도라지, 무 등의 재료를 얻어와 조청을 만들기 때문에 부부는 조청 만들기에 더욱더 정성을 다한다. 경북 울진 왕피천에서 전통 재래식 조청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조청처럼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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