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어카!”

산 좋고 물 좋은 공주시 유구읍의 한 오지마을, 사기장골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 소 끌고 밭 갈고 자기 몸보다 큰 고무통을 나르고, 심지어 고추

한가마니까지 들어 올리는 천하장사 이기남 할머니의 기합소리!

 

농사경력만 72, 뼛속까지 농사꾼인 할머니. 군불 때고 마당 쓸고 밭 매고... 깨어

있는 동안 단 1초도 쉬는 법 없던 할머니.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할머니의 기운 창창

한 모습은 볼 수 없다는데. 사기장골 백발의 청춘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효자 부부의 남모르는 고민

 

나고 자라 지금까지 한 번도 어머니 곁을 떠난 적이 없는 칠순의 큰아들과, 시집온

45년 동안 매끼 새 밥을 지으며 시어머니를 모신 며느리는 자타공인 효자 부부이

. 그런데 매사 어머니를 의지하며 살아온 부부에게 한 가지 비밀이 생겼다?

 

지난겨울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 몸에 적신호가 켜진 것. 할머니는 병명도 모른 채 몸에 호

스를 꽂고 오늘도 나물 캐러 밭 매러 집을 나선다. 고집 센 할머니를 가족들은 말리

지도 못하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큰아들 부부와 다른 가족들은 마음

한편이 무겁다. 자식과 며느리는 과연 노모에게 진실을 얘기할 수 있을까?

 

사기장골 가족들의 낯선 봄

 

72년 만에 병과 함께 찾아온 기남 할머니의 휴식. 밭 매는 것 정도는 할머니가 돕지

, 큰아들 이무일씨는 난생 처음 어머니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끌고 밭으로 나서다 한 시간 넘게 소와 씨름하고,

 

농사 지휘관 어머니가 없으니 농사 방법을 놓고 아내와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는데. 시어머니가 없는 상황에 대비, 농사일을 줄이려는 며느리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고집하는 아들, 이 둘에겐 기남 할머니가 없는 봄이 낯설기만 하다.

 

일을 못하느니 죽는 게 낫지.”

 

스스로 일을 영 못할 것 같은 날이면 오늘은 뭐 할 거냐농사 걱정부터 하는, 뼛속까

지 농사꾼 체질인 할머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중한 하루하루를,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마음만은 백발의 청춘인 기남할머니를 보며 큰아들 부부

는 오늘도 깨닫고 배우는 바가 많다.

 

<2015.5.11 월요일 밤 930>

 

by 은용네 TV 2015. 5. 11.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