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장 난 차량 도우려다 숨진 ‘의로운 청년’ 김정민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고장 난 차량을 돕던 청년이 안타까운 사고로
숨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4월 17일, 김정민 씨(28세)는 회사 업
무 차 진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앞에 있던 차량이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180도 돌면서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선 것이다. 2차, 3차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그럼에도 정민 씨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장 난 차량 20여 미터 뒤에 차를 멈춰 세웠다.
당황했을 운전자에게 환한 미소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정민씨.
그런데 트렁크에서 삼각대를 꺼내려던 찰나, 달려오던 화물차에 치여 그만 숨지
고 말았다. 평소에도 불의를 참지 못했다던 의로운 청년 김정민 씨.
그를 추모하기 위해 회사동료들이 만든 영상은 조회 수 45만 건을 넘으며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 고속도로 한복판, 그는 왜 갓길로 피하지 않았나?
1년 전, 자동차 판매 일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정민 씨.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모님이 만류했지만 그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이번 분기에는 우수했
던 영업실적으로 상패까지 받을 예정이었는데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차를 갓길에 세워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정민 씨. 그는 왜 도로 한복판에 차를 멈춰 세웠던 걸까? 영상분석결과,
역방향으로 멈춰있던 차량이 다른 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이었던 것으
로 드러났다.
그리고 정민 씨와 충돌한 4.5t의 화물차는 적재중량5t을 훨씬 초과한
12t가량의 화물을 싣고 있었던 것이 취재를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1분 1초도 방심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고속도로. 부모님은 사고로 밑창까지 떨어져 나간 아들의
구두를 품에 안고 하염없이 그리움을 쏟아낸다.
▶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아들 정민이, 부모님의 가장 슬픈 어버이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는 5월 8일 어버이날. 정민 씨는 미처 어머니, 아버지
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하루하루 눈물로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
이에 직장 동료들이 부모님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정민 씨의 노력이 담긴 영업 1위 상패와 그를 대신해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뵙기로 한 것. 정민 씨의 부모님은 사고가 났던 차량의 운전자 가족과 회
사 동료의 뜻을 모아 의사자 추진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부모님의 구멍 난 가슴을 메울 순 없지만 정민 씨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그리운 아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버이날을 보내는 故 김정민 씨의 부모님을 만나보았다.
<2015.5.8 금요일 밤 9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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