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웃집 현관 앞에서 분신을 한 남자, 이유는 담장 때문?
충남 보령에서 20년간 중국집을 운영하던 박용재(가명·55세) 씨. 지난 20일 박 씨는
바로 이웃집 현관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3도 화상을 입고 서울에 있는 화
상전문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된 박 씨, 하지만 6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10년 전
심장마비로 아내를 잃은 뒤 홀로 중국집을 누구보다 열심히 운영해왔던 故 박 씨.
그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평소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좋았다
던 박 씨의 죽음에 주민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박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
은 3개월 전 설치된 담장 때문. 박 씨의 중국집 진입로 바로 앞에 놓인 담장은 바로
옆집 이웃이 설치한 것이었다.
6년 전 박 씨의 음식점 옆집으로 이사 온 홍우민(가명, 61세 스님) 씨. 그런데 작년 11월 홍 씨는 자신이 살던 집 주인으로부터 집과 땅을 사들였다. 그 후 토지 측량을 한 뒤, 박 씨의 중국집 가게 앞길이 자신의 땅이라며 작년 12월 마을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지나다녔던 길을 높은 담장으로 막아버렸다.
식당의 진입로가 막히자 손님들의 발걸음까지 뚝 끊겨버린 박 씨의 중국집. 박씨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 6년을 참았다는 옆집 스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년 전 박 씨의 집 옆으로 세를 얻어 이사 온 홍 씨. 스님인 홍 씨가 이사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동네에서는 그가 가짜 스님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문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옆집 박 씨였다.
홍 씨를 향한 박 씨의 불편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집을 하는 박 씨는 음식 배달을 위해 홍 씨의 집 앞으로 밤낮없이 오토바이를 몰았고, 늦은 시간까지 취객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불면증까지 걸린 홍 씨는 3년 전부터 약까지 지어먹어야 했다.
박 씨로부터 받는 생활 고통을 못 이겨 결국 작년 12월 담장을 치게 됐다는 것이 홍 씨의
주장. 하지만 담장을 친 후로도 박 씨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고 했다. 심지어 박 씨
가 술에 취해 홍 씨의 창문을 깨고 들어온 일도 있었다고 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5분이면 갔던 길을 20분 넘게 돌아가야 하는 주민들, 해법은 없을까?
홍 씨가 주민들이 다니던 길에 담장을 치면서 박 씨뿐만이 아니라 주민들까지 마찰
을 빚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마을의 도로로 이용해 온 가까운 길이 막히면서 주민들
은 마을회관 가는 것조차 불편하다고 했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만이라도 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도 홍 씨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5분이면 갔던 길을 빙 돌아가 20분 이상을 소요하며 다니고 있다. 과연 수십 년간 관습적으로 이용해온 길이 갑자기 사유지라는 이유로 막힐 경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현장을 직접 방문한 토지분쟁 전문 최진복 변호사는 “전 소유주의 동의가 있었다면 현재 도로로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며, 소유주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도 길로 사용할 수 있
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극단적인 사건을 겪은 현재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 해당 지역 시청의 담당자 역시 개인 간의 분쟁이어서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이웃의 충격적인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땅 분쟁 사건을 통해 현명한 해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본다.
4월 3일 (금) 밤 9시 30분, MBC <리얼 스토리 눈>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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