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부러져 죽은 지유 수술실 4시간의 비밀

 

간단한 팔 수술 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딸 지유

서동균(38) 씨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곡가가 꿈이고 발레를 좋아하던 아홉 살 딸 지유.

 

작년 517, 학교 운동장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왼쪽 팔을 다친 지유는

천안의 한 정형외과에 입원했고 19일 아침9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1150,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집도의의 말과 달

리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록 지유는 깨어나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지유가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수술실을 나온 건 오후 530.

지유는 근처 대학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던

지유의 사망소식에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지유의 의문스러운 죽음. 간단한 골절수술이라더니, 대체 왜?

 

베일에 싸인 4시간, 수술실에선 무슨 일이?

수술이 끝난 시간은 1150. 그리고 지유는 1610분 심정지 증상을 보여 심폐소

생술을 시작했다. 보통 한 시간이면 깨어나는 전신마취지만 지유는 오랜 시간이 지

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뒤늦게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골든타임을 이미 훌쩍 넘긴 뒤였다. 어째서 병원 측은 지유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데도 심폐소생술을 하기 전, 4시간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취할 수 없을 만한 상황이 있던 것일까.

큰 병원으로 옮기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병원 측은 소아는 마취가 깨

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둘러댔을 뿐이었다. 진실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져

가던 도중 갑작스런 소식이 들렸다. 지유아버지와의 대질심문이 예정된 날 아침,

술 담당 마취의가 자살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 앞으로 수술 담당 마취의의 유서가 도착했다.

사고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더욱 기막힌 건 의사가 없는 자리에서 간호조무사가 마취주사를 했고,

심지어 마취제는 유통기간이두 달이나 지나 있었다는 것이다.

 

봉우리에 꽃이 피면 다 나을 거야.” 1년 후에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

지유의 죽음 이후 단란했던 가족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아이의 죽음

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유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집 안에선 더 이상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지유어머니는

곳곳에 지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떠나 남은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내려갔다.

 

지옥 같은 일 년을 보내는 동안 아버지는 병원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다. 홀로 사는 아버지는 종종 집에 갈 때마다 꽃을 사며 지유의 얼굴을 떠

올린다. “이 봉우리에 꽃이 피면 다 나을 거야.”

 

간단한 수술이었고 퇴원하면 함께 놀러가자고 했지만

그 꽃이 피기 전에 지유는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레 딸을 잃고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한 아버지와

남은 가족의 이야기.

 

그 일 년 간의 기록을 살펴본다.

 

<0619일 금요일 저녁 930>

by 은용네 TV 2015. 6. 19.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