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팔 부러져 죽은 지유 수술실 4시간의 비밀
▶ 간단한 팔 수술 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딸 지유
서동균(38) 씨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곡가가 꿈이고 발레를 좋아하던 아홉 살 딸 지유.
작년 5월 17일, 학교 운동장 구름다리에서 떨어져 왼쪽 팔을 다친 지유는
천안의 한 정형외과에 입원했고 19일 아침9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11시 50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집도의의 말과 달
리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록 지유는 깨어나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지유가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수술실을 나온 건 오후 5시 30분.
지유는 근처 대학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해맑게 웃던
지유의 사망소식에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지유의 의문스러운 죽음. 간단한 골절수술이라더니, 대체 왜?
▶ 베일에 싸인 4시간, 수술실에선 무슨 일이?
수술이 끝난 시간은 11시 50분. 그리고 지유는 16시 10분 심정지 증상을 보여 심폐소
생술을 시작했다. 보통 한 시간이면 깨어나는 전신마취지만 지유는 오랜 시간이 지
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뒤늦게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골든타임을 이미 훌쩍 넘긴 뒤였다. 어째서 병원 측은 지유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데도 심폐소생술을 하기 전, 4시간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취할 수 없을 만한 상황이 있던 것일까.
큰 병원으로 옮기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병원 측은 소아는 마취가 깨
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둘러댔을 뿐이었다. 진실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져
가던 도중 갑작스런 소식이 들렸다. 지유아버지와의 대질심문이 예정된 날 아침, 수
술 담당 마취의가 자살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 앞으로 수술 담당 마취의의 유서가 도착했다.
사고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더욱 기막힌 건 의사가 없는 자리에서 간호조무사가 마취주사를 했고,
심지어 마취제는 유통기간이두 달이나 지나 있었다는 것이다.
▶ “봉우리에 꽃이 피면 다 나을 거야.” 1년 후에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
지유의 죽음 이후 단란했던 가족의 삶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아이의 죽음
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유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집 안에선 더 이상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지유어머니는
곳곳에 지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떠나 남은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내려갔다.
지옥 같은 일 년을 보내는 동안 아버지는 병원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다. 홀로 사는 아버지는 종종 집에 갈 때마다 꽃을 사며 지유의 얼굴을 떠
올린다. “이 봉우리에 꽃이 피면 다 나을 거야.”
간단한 수술이었고 퇴원하면 함께 놀러가자고 했지만
그 꽃이 피기 전에 지유는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레 딸을 잃고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한 아버지와
남은 가족의 이야기.
그 일 년 간의 기록을 살펴본다.
<06월 19일 금요일 저녁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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