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 제주
그 제주에 많은 것이 또 있었으니 바로 오일장!
매일 아침 꽃처럼 피어났다
밤이 되면 도깨비처럼 사라지는 오일장 상인들
제주시내에서 서귀포까지
장터를 따라 돌고 도는 장꾼들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본다
■ 길 따라 장 따라 떠나는 여행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오일장이 제주도에서는 거의 매일 열린다. 오일 터울로 정해진 날짜가 되면 새벽부터 몰려오는 상인들과 각양각색 상품들로 텅 빈 공터는 금방 시끌벅적한 장터로 변신한다.
정해진 자리에서 문을 여는 상설시장과는 달리, 매일 아침저녁 커다란 짐 보따리를 풀었다 쌌다를 반복하며 제주 전역의 오일 장터를 돌아다니는 상인들. 장터 생활 일 년 남짓 초보 장꾼부터 사십 년이 넘은 베테랑 장꾼들까지. 따뜻한 남쪽, 봄 향기 싣고 장터를 누비는 제주 장꾼들의 이야기다.
오늘은 돈 벌러 간다가 아니라, 오늘 또 여행을 간다
오늘은 모슬포 여행, 내일은 제주시 여행, 관광. 여행 그런 거죠.
- 오영주_71세 / 오일장 상인
■ 세상은 우리를 장돌뱅이라 부르지만...
뚜렷하게 정해진 휴일도 없고 번듯한 간판도 없는 작은 점포에 자신이 정한 일정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상인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장터를 따라 돌고 도는 장꾼들을 세상은 장돌뱅이라 낮잡아 부르기도 하지만,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장사꾼에게 언제나 품을 내주었던 것이 바로 오일장이다. 장꾼 생활 20년의 상인 박정순 씨는 오일장이 있었기에 두 자녀를 모두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고 출가시킬 수 있었다. 누가 뭐라던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장터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는 장꾼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다.
어머니 장에 가지 맙소 해도 아이 갑쇼 해도 놀러오지,
사람 구경도 하고 이렇게 하다 놀다 가고 말도 걸고
집에 가면 해도 질리고 아픈 데도 있고 여기 다니면 아픈 데도 없어.
- 양오생_104세 /오일장 상인
■ 장터에서 일으켜 세운 제2의 인생
오일장까지 흘러온 상인들 중에 가슴 속 응어리 진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길게는 20년, 30년 동안 새벽마다 꾸준히 출근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오일장의 매력이다.
오일장에 나와서 장사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꿈까지 꾼다는 김명선 씨는 둘째 출산 후에 찾아온 산후우울증이 오일장에 나오면서 치유되고 성격까지 밝아졌다.
20년간 중장비 기사로 일하다가 관두고 부인과 함께 장터 밥을 먹기 시작한지 2년이 채 안 됐다는 신입 장꾼 부부 문민철 씨와 방효숙 씨는 오일장에서 살아가는 맛을 알아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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