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큐멘터리 3일 연남동 마을시장 홍대 건너 또다른 시장
번화한 상권에서 밀려난 공방들이 모여드는
연희의 한 귀퉁이, 연남동 감춰둔 재주를 찾아주는,
조그마한 재주도 인정받는, 변화의 바람이 스며든 연남동 3일이다
■ 홍대 건너 또 다른 세상
일주일 내내 소란스러운 번화가 홍대 앞, 건널목 하나 건너면 놀랍도록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난다. 연희의 남쪽 귀퉁이를 떼어내 만든 동네. 홍대, 합정, 상수로 커진 상권에 밀려온 젊은이들에게 주택가 사이사이 품을 내준 연남동. 낮은 지붕 어깨 맞닿은 곳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재주를 가꾼다. 오래 살아온 주민들이 이들과 섞이게 되는 계기도 바로 숨겨온 재주다. 아이를 둔 엄마는 벽화를 그리며 이웃과 친해지고 마을에서 나고 자란 목수는 목공 교실을 열어 소규모 수업을 진행한다. 누구나 모여 자신의 재능을 꺼낼 수 있는 연남동의 3일을 담았다.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놓고 쌓아놓기만 했는데
이제 집중적으로 여기가 마을시장이 계기가 된 거에요
그니까 연남동이 저한텐 굉장한 축복인 동네죠
-장정숙 _ 57세
■일상과 예술을 합치다
‘일상예술창작센터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일상과 예술의 벽 허뭏기’를 모토로 홍대 프리마켓에서 시작된 단체이다. 홍대 앞 높아져가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연남동으로 옮긴지 3년 차. 이제는 연남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체가 되었다. 조그마한 공간으로 공방들이 생기고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이사 가는 일이 생기고 홍대처럼 상업적으로 변하지 않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일상예술창작센터.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공방이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능을 발견해주는 연남 마에스트로로 40년간 손바느질로 옷을 지어 입던 사공순자 할머니와의 수업을 만들고 여기서 나고 자란 김한주 씨에게 목공 수업을 맡긴다. 나이 관계없이 마을 사람들과 다 같이 모이는 시장인 따뜻한 남쪽이 시작되면서 집 앞에서 열리는 마을 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재주 있는 주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 연남동에서 꿈을 담다
따뜻한 남쪽 시장, 300여 팀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부. 그림을 그리는 이상진 씨와, 드라이플라워를 이용한 엽서나 방향제를 판매하는 고성애 씨다. 남편의 학창시절을 보낸 연남동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이상진 고성애 부부는 연남동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연남동에서 열리는 마을시장인 ‘따뜻한 남쪽 시장’과 ‘동진시장’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혈 셀러인 부부. 부인 고성애 씨는 따뜻한 남쪽 시장에서 드라이플라워를 처음 보고 생화만 가꾸다가 드라이플라워 소품으로 품목을 바꿨다. 드라이플라워는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종류별로 꽃을 사고 직접 말려보며 독학했다는 성애 씨. 시장에 물건을 팔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어울리며 데이트 하러 간다고 말한다. 성애 씨와 성진씨 말고도 연남동에서 꿈을 찾고 가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도 만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어요.
그럼 만들 수 있다고 이거 진짜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저도 같이 응원해주는 입장이 되는 거 같아요
저처럼 집에선 이렇게 하지 말고 각자의 재능이 다르니까
손뜨개 하시는 분들은 손뜨개 해서 나올 수도 있고
집에서 뭐 다른 거 하시는 분도 가지고 나오시면 될 것 같다고
같이 응원하는 입장이 되는 거 같아요
- 고성애 _35세
방송 : 2015년 6월 14일 (일) 밤 10시 55분 KBS 2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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