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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햇볕은 따갑지만 시원하게 부는 초록빛 바람에 이맘때의 산은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그리고 그곳에 매 순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한 남자, 21년째 산속 낙원을 가꾸는 자연인, 김영구(66) 씨가 살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마치 동화 속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흙과 나무로 지은 조그마한 집에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헤엄치고, 연초록으로 물든 마당에는 닭이 한가로이 노닐며, 집을 둘러싼 꽃과 나무는 화사한 빛을 내뿜는다.
지금이야 그 어느 곳보다 아늑하고 평화로운 곳이지만, 그가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전기도 물도 없어 사람 살 곳이 못 될 거친 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45세의 젊은 나이에 모든 걸 내려놓은 채 산속에 지금의 낙원을 이루기까지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1980년대, 자연인은 우연한 계기로 정치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젊은 야망에 사로잡혀 당시 운영하던 꽃가게도, 가족도 모두 뒷전이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치의 꿈을 키워나가던 어느 날,
그는 생각지 못한 일로 10년이 넘는 정치 인생을 마감하게 되었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와 아내와 식당을 꾸려 살아보려 했지만, 그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건 정치계에 있던 지난날, 자신에게 아부하고 잘 보이려 애쓰던 사람들은 물론 친한 친구들까지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등을 돌린 일이었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로 아파하던 자연인은 그 마음을 다독이려 홀연히 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곳에서 안정을 되찾고, 진정한 자유를 알게 됐다는 자연인.
하루에도 몇 번씩 집 나간 기러기를 찾아 산을 헤매고, 산짐승을 쫓기 위해 잘생긴 마네킹을 세워 둬야만 하는 데다 두더지로부터 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부투 하는 산중 생활이지만, 그의 하루하루는 즐거움의 연속이다.
길을 걷다가도 땀을 식히려 폭포에 몸을 맡기고, 운동 삼아 하는 산행에선 곰취와 산미나리, 당귀 잎과 우산나물 등 자연 먹을거리를 두루 얻을 수 있다. 또, 그 덕에 석이버섯 비빔밥에 잉어회, 그리고 기러기 구이까지 그의 산중 밥상은 더욱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는데...
20년 넘게 그래 왔듯 내일을 위해 오늘, 벌통을 준비하고 텃밭에 먹을거리를 심는 자연인.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아름다워지는 그곳! 자연인 김영구 씨가 사는 산속 낙원은 오는 5월 27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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