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포근해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춘삼월의 깊은 산. 봄내음을 느껴보며 한참 산을 오르자, 개그맨 이승윤씨의 눈에 띈 허름한 집 한 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자, 그를 반기는 건 자연인이 아닌 웬 지게에 놓인 커다란 곰 인형 뿐.

 

이번에도 역시 범상치 않은 자연인. 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때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고, 자연인을 찾던 승윤은 허름한 수돗가에서 알몸으로 샤워 중인 자연인을 발견한다!

 

올해로 9년 째 이 깊은 산중에 홀로 살고 있다는 자유로운 영혼, 바로 백서른두 번째 주인공인 자연인 정정환(68)씨다.

 

처음 본 낯선 이에게 우스꽝스러운 믿거나 말거나 뉴우스를 천연덕스럽게 전하는 자연인. 타고난 재주꾼인 그의 집엔 오래된 영화 포스터들이 눈에 띈다.

 

과거 가설극장의 변사 역할을 맡아 많은 사람들을 웃겼다는 자연인.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해 언제 어디서나 구성진 노래 한 자락을 뽑아내고, 노래 가락을 반주삼아 승윤 씨와 함께 몸을 흔들 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이다.

 

매일 아침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상대로 자신만의 아침 방송을 한다는, 사람 좋아할 것 같은 그가 이곳에 홀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자신 대신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며 공부를 시켜주지 않던 아버지 때문에 중학생 때 집을 나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자연인.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가설극장의 마이크를 잡기도 하고, 청과 경매시장, 건설 현장의 반장 일을 도맡기도 했으나 70년대 그곳에서 벌어지는 뒷거래는 늘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11녀의 아이들과 아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도둑질한 돈으로 자식들을 키울 수 없다는 아버지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어딜 가도 비슷한 사람 사는 사회에 실망하고 홀로 아무도 없는 산에 들어가 살기로 결정한 자연인. 처음 1~2년은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집을 찾았으나, 곧 자연 생활의 매력을 만끽하게 됐다는데.

 

집 근처 산에 돋아나기 시작하는 냉이와 곰보배추를 캐서 먹으며 봄기운을 충전하는가 하면, 매일 산에 올라 얻은 백도라지와 운지버섯으로 영양을 보충하기도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먹을 것도, 즐길 것도 얻지 못하는 자연 생활,

 

그는 집 근처 대나무 밭에서 꺾은 대나무로 활을 만들어 활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만든 대나무 낚싯대로 붕어를 잡아 어설픈 솜씨로 요리를 해먹기도 하며 맨몸으로 자연 생활을 만끽하는데. 라면 한 번 끓여본 적 없고, 전기밥솥의 버튼 한 번 눌러본 일 없던 그가,

 

지금은 묵은지 도라지 붕어찜, 닭 잡채 등의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뚝딱 대접할 정도로 일취월장 했다고.

 

남을 웃게 하는 일에 행복을 느꼈던 자연인. 어릴 적엔 관객들을, 이후엔 가족들을 웃게 하며 살았지만 지금껏 자신을 위해 웃은 적은 없었다.

 

자연 속에서 비로소 호탕한 웃음소릴 찾은 자연인. 인생의 낙원이라는 그곳에서 행복한 꿈을 꾸는 정정환씨의 이야기는 수요일 밤 950MBN<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by 은용네 TV 2015. 3. 18.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