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의 끝에서 봄기운이 하나둘씩 찾아드는 요즘, 마치 전혀 딴 세상인양

겨울을 품고 있는 곳이 있다. 승윤은 시간을 거슬러 그 겨울을 향해 눈길을 헤치는데....

휴대전화의 수신안테나가 전혀 잡히지 않는 곳에 다다를 무렵, 때마침 들리는 둔탁한 소리,

멀리 꽁꽁 언 계곡의 얼음을 깨는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의 때가 묻은 지게까지 옆에 두고 물을 기르는 이가 바로 130번째 자연인,

배종철(70) 씨다.

해발 800m, 인적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깊은 산골에 홀로 자리한 비닐하우스 한 채,

전기는 커녕, 전화를 하고 싶어도 걸어서 한 시간은 나가야한다는 첩첩산중이 그가 7년째

살고 있는 보금자리다. 겨울이면 물이 얼어 계곡물을 써야하고, 전기가 없는 집에서 유일한

벗인 라디오조차도 석쇠를 이용한 안테나 없인 들을 수도 없다.

하지만 직접 만든 황토난로와 심심풀이용으로 좋다는 신문 도배지, 시행착오 끝에 만든

지하 아궁이를 보고 있노라면 불편함 대신 소박함과 친근함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곳.

 

사실 이 산은 죽음을 맞기 위해 들어온 곳이었다. 7년 전, 만성폐쇄성 폐질환 말기로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았던 자연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고 한 상태였다.

그런 자연인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이 산. 피톤치드 농도가 높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은 곳에서 살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했던 것이다.

걸을 힘조차 없어 기어서 산을 오르내리며 소나무 아래서 호흡하고, 따뜻한 날은 아예

소나무 아래서 잠까지 청하며 자연의 힘에 매달렸던 그.

그렇게 절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시간... 결국 자연은 그를 치유했고, 지금 자연인은

7년째 기적의 삶을 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 한쪽 구석에서 줄담배를 피우던 시절, 하루 종일 주방의 유해가스에

노출되어 폐가 망가지는 줄고 모르고 앞만 보고 살았던 안타까운 나날들...

하지만 자연인은 뒤돌아보며 후회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받아 살고 있는 요즘,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사와 기쁨을 찾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그는 아내의 소일거리를 위해 텃밭도 단장했고 다리가 불편한 아내가 쓸 수 있도록 화장실도 고쳐놓았다.

앞으로 주어질 날들에 오직 행복만을 채우겠다는 자연인 배종철 씨, 그의 기적은 수요일

950<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by 은용네 TV 2015. 3. 4.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