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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짙은 기운을 더해가는 가운데 제법 따가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통을 벗은 채 벌통으로 향하는 한 남자.
날아다니는 벌들 속에서도 유유히 왕대를 제거하고, 심지어 온몸에 벌을 올려놓아도 꿈쩍하지 않는데... 이 모든 건 5년째 벌들과 교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벌은 물론 산을 마당 삼아 뛰어노는 강아지와 닭들까지도 모두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라는데...
산중의 동식물과 동화되어 자연을 예찬하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146번째 자연인 임대식(56) 씨다.
산속에서 산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그가 사는 곳과 그곳에서의 생활상을 보면 이미 베테랑 산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당 한편에 만들어 놓은 부엌 겸 쉼터는 마치 필리핀 가옥을 연상시키듯 지붕을 대나무로 엮어 여름날의 뜨거운 햇볕도 겨울날의 쌓인 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파에 고추, 호박과 오이는 물론 옥수수에 수박까지.
웬만한 과일, 채소는 물론 산속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감성돔에 임연수어까지! 먹을 것이 지천인 게 산이라지만 그가 사는 곳은 특히 더 그러하다. 게다가 야생에서나 볼 법한 개똥쑥은 자연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직접 심어 키운 거라고... 지난날, 그 역시도 누구보다 몸과 마음이 아팠기에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데...
산에 들어오기 전 그는 모든 일에 신경질적이었고 말과 행동도 난폭했었단다. 그 이유는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 3년간 우울증 치료제를 달고 살 만큼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밝고 웃음도 많았던 그가 우울증을 겪은 건 믿었던 친구의 배신 때문이었다.
어려운 상황에 닥친 친구를 위해 돈이 될 만한 모든 걸 팔아 빌려주었는데 그 뒤로 친구와 연락이 끊겨 버린 것. 배신감과 상실감에 극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자 주변의 친구와 형제들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심각한 우울증에 극단적인 생각도 하길 여러 번. 그가 인생의 끝에서 선택한 건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산 속이었다.
하지만, 산은 그가 죽을 곳이 아닌 살아갈 땅이었다. 매일같이 산에 안겨 동식물을 보고 만지며 마음을 다스려 나가길 5년째!
6월 24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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