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박기도 스님까지 되었던 자연인 박기도 10년간 트럭에 컨테이너 싣고 유랑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긴 하지만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깊은 산중. 산중턱에 떡하니 자리 잡은 광산터를 지나 백 쉰여섯 번 째 자연인을 만나기 위해 산길을 헤매는 윤택씨. 얼마나 헤맸을 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가니 울창한 풀숲 사이로 흰 두건을 쓴 채 대나무를 베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는데~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그가, 바로 오늘의 자연인 박기도(53세)씨다.
지난 10년간 트럭에 컨테이너를 실어 전국의 산을 떠돌며 유랑할 만큼 산을 사랑했던 박기도 씨. 그가 이곳의 산세에 반해 정착한지도 어느덧 7년째라는데~ 누구보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박기도씨는 차마 살아있는 나무를 벨 수가 없어 버려진 건축자재만으로 집을 만들었다. 소박해 보이는 집안 곳곳엔 자연을 닮은 그만의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데~ 직접 만든 작은 황토방에 공기 정화를 위해 깔아둔 솔잎,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과, 고기 집에서 쓰던 버려진 테이블을 재활용한 부엌까지! 오랜 세월 산을 떠돌며 익힌 각종 노하우들로 가득한데~ 과연 그에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던 자연인.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갑작스레 부모님을 여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부터, 이웃 집 일까지 마다 않고 생계전선에 뛰어든 자연인은 자연스레 손재주를 익히게 되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토목현장에서 일하며 건축 일을 배우게 됐는데~
남다른 눈썰미로 젊은 나이에 작은 건설회사와 목재소까지 운영하며 순식간에 승승장구, 성공가도를 걷게 된다. 하룻밤 술값으로 3~400만원을 쓸 정도로 부를 누렸던 그. 더 큰 성공을 좇아 사업을 확장했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IMF 경제불황 때문에 실패하고 결국 11억원 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부도를 맞게 된다. 잘 나가던 그의 인생에 갑자기 켜진 멈춤 신호! 허탈감으로 자살시도까지 했던 그는 결국 모든 걸 체념하고 산을 떠돌기 시작했고, 근근이 건축 일을 하며 빚을 갚아 나가기 시작했다.
또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스님과의 연으로 불교에 품에 안겨 스님이 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산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던 그는 7년 전, 이곳에 터전을 만들었는데~ 산중생활 덕분에 도시생활 내내 그를 괴롭혔던 고혈압과 당뇨병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건강한 삶을 일궈가고 있다.
매일같이 오르는 산에서 산삼은 물론 구기자, 다래 등을 캐먹고 집 근처 폐 광산에서 미끄럼틀을 타며 산중 일상을 오늘의 자연인. 직접 뜯어 온 담쟁이 넝쿨로 지은 밥에 연못에 풀어놓은 민물조개 요리를 곁들이면 최고의 별미라는데~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배경삼아 그네를 타고 알몸으로 산책하며 자연의 정기를 받는다는 박기도씨의 평화로운 산중 이야기는 오는 9월 2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