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여수 하화도 엄마의 꽃섬
사시사철 이름 모를 야생화로 물드는 섬
해풍이 넘나드는 비탈밭과 넘실대는 바다는
엄마의 삶의 터전이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 꽃처럼 피어나는 곳
여수 하화도 72시간이다.
■ 꽃섬에 살어리랏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2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 하화도. 산천에 꽃이 많아 ‘꽃섬’이라 이름 지어져 맞은편 상화도와 나란히 웃꽃섬, 아래꽃섬으로 불린다. 현재 서른 명 남짓한 주민이 사는 작은 섬마을엔 60~70대 노인이 대부분. 자식들을 객지로 보낸 부모들만이 삶의 터전을 지키는 고요한 섬이다.
그러던 이곳에 새로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 야생화 단지와 섬을 두르는 꽃섬길이 조성되면서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마을 회관에는 부녀회 할머니들이 총출동해 손님을 맞
는다.
첫 배가 들어오고 마지막 배가 나갈 때까지 하화도 특산물 서대와 부추를 요리해 파는 것. 바닷일, 밭일에 마을 손님맞이까지 더해져 한시도 쉴 틈 없는 일상이지만 오히려 외지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그들의 새로운 낙이 되었다.
■ 해풍이 부는 들녘에서 삶을 일구다
이른 새벽부터 비탈밭에는 허리 굽은 할머니들의 손이 바쁘다. 부녀회장 이정임 할머니는 스물한 살 꽃띠에 육지에서 섬으로 시집 와 안 해본 일이 없다. 남편과 함께 바다에서 그물을 거두고 땅에서는 곡식을 거두며 밤낮없이 억척스럽게 일만 한 세월이 50여 년.
눈만 뜨면 들로 바다로, 그래도 자식들 가르치고 키우는 재미로 살았다는 할머니. 이제는 장성한 아들딸들이 어머니를 챙기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자식들 먹일 생각으로 밭을 일군다. 평생을 자식들에게 내어주고도 늘 더 주지 못해 아쉬운 어머니의 마음이다.
“어느새 자식들 다 키우고 고생만 하다보니까 청춘이 가버린 줄도 모르고 가드만
앉았다 일어선 것처럼 그냥 세월이 쫓기듯이, 저 지는 해같이 금세 가버려.
진짜 뒤돌아보는 순간이야. 사람 늙는 것이“
이정임 (74세)_하화도 주민 -